그럴 수 있다면

-------------------

시간은 무심히도 흘러, 이제는 너와나 다른 계절 다른 장면 속에 놓여 있지만

 

바람 따라 실려 오는 내 소식에

네 하루쯤은 어지러웠으면

 

장마처럼 쏟아지는 내 기억에

네 새벽이 축축했으면

 

내게 아직 그런 힘이 남아 있다면 좋겠어

여전히 네 하루를 흔들, 네 새벽을 적실

 

우리, 오랜 시간을 각자의 삶을 수습하며 버텨왔지만

여전히 내게 그런 힘이 있다면

'인연' 중에서...

 

피천득

"그리워 하는데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2018/05/29 - [시] - [글귀] 좋은 글귀 '인연' 중에서 - 피천득

 

'인연' 중에서

 

피천득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2018/05/11 - [시] - [시] 그럴 수 있다면 - 가랑비메이커

 

그럴 수 있다면

 

가랑비메이커

 

시간은 무심히도 흘러, 이제는 너와 나

다른 계절 다른 장면 속에 놓였지만

 

바람 따라 실려오는 내 소식에

네 하루쯤은 어지러웠으면

 

장마처럼 쏟아지는 내 기억에

네 새벽이 축축했으면

 

내게 아직 그런 힘이 남아 있다면 좋겠어

여전히 네 하루를 흔들, 네 새벽을 적실

 

우리, 오랜 시간을 각자의 삶을 수습하며 버텨왔지만

여전히 내게 그런 힘이 있다면

 

 

 

출처: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 가랑비 메이커 단상집1

 

 

 

2018/02/23 - [시] -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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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5 - [시] - 농무 - 신경림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ylan Thomas, 1914 - 1953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2017/04/25 - [시] - 농무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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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들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 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도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쳐박혀 벌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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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왔죠? 나태해져서 블로그를 2주 정도 안했어요. 안하니까 정말 방문자 수가 줄어들긴 하네요.

이 시는 신경림 시인의 신데, 예전에 목계장터라는 시를 올렸었죠?

신경림 시인의 시는 읽을 때마다 느끼는게, 마치 짧은 글을 읽는 것같아요. 시는 시인데 뭔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시 같아요.

모든 시들이 압축적인 언어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겠지만, 신경림 시인의 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일상적인 모습들은 역동적이면서도 잔잔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 한 것 같아요.

라임을 맞추는 것도 너무 좋구요. 시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어떤 동작인지 상상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정말 신통방통해요. 앞으로 신경림 시인의 시를 몇 개 더 올려야 겠어요.


제 목표가 한 포스팅당 500자를 쓰는 거였는데, 감상을 얼만큼이나 써야 500자를 채울 수 있는 건지 정말 까마득 하네요.

언젠가는 정말 시를 읽고 느끼는 점이 많아 져서 500자 이상 쓸 수 있게 되겠죠?


그럼 오늘도 하루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내일은 더 좋은 시와 감상을 포스팅 하도록 할게요.


2017/04/10 - [시] - 봄날 - 주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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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주영욱

방송국 앞 버스정류장

차를 기다리다가

여중생 둘

하품을 하고 있다.

어늘 길갓집 뜨락

목련은 벌써 지는데

움트는 느티나무 여린 잎이

저리 새찹다

연분홍 살구꽃 복사꽃이

환하게 밝혀 주는

하회마을 가는 길 언저리

 

활처럼 휘어진 그 길을

자동차가 달린다.

반짝, 멀리 모롱이를 돌아가는

은빛 눈부시다.

 

봄은 마냥 솜사탕 같구나

그림 속 풍경처럼 한갓진

따사로운 이 봄날.

 

------------------------------------------------------------------------------------------------------------------------------------------------------------------------

오늘도 시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일상적인 내용을 시적으로 표현한 시 같아요.

너무 시만 올리고 제 감상이 없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시를 올리고 제 감상도 올리도록 할게요.


딱 요즘 날씨같은 시에요. 요즘 벚꽃, 조팝꽃, 목련, 개나리 같은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있죠.

아마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쓰거나 이동하면서 영감을 얻어서 쓴 글인 것 같아요.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면서 많은 시들을 읽어보고 찾아 보고 있는데, 항상 느끼는게 있어요.

시인들은 혹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일반적일 수 있는 사건이나 일들을 글로 표현해 낸다는 점이죠.

혹은 어떤 감정들을 글로 표현해 내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같아요.

시를 많이 읽다보면, 나도 한 번 써봐야 겠다 하면서 시도하는데, 번번이 실패하고 말아요.

글을 쓴다거나 시를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 만큼 쉬운일이 아니죠.


그렇지만 노력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운동, 공부 같은 것들도 하다보면 늘잖아요?

심지어 이렇게 글을 포스팅하는 일도 계속 하다보면, 처음에는 사진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 몰라서 졸작을 만들어내곤 했는데 계속하다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계속 포스팅을 하면 언젠가는 더 나은 그리고 더 유익한 포스팅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요?


저는 그냥 그럴 거라고 믿고 계속 포스팅을 하려구요.


어떠한 사건을 시로 표현해 내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을 시로 표현한다는건 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데 시인들은 그걸 해내죠.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감상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요. 그런데 이것도 쓰다보면 나아 지겠죠?

앞으로 더 많은 포스팅을 쓰게 될텐데, 그 때마다 이렇게 쓸 말이 없다면 정말 괴로울 것같아요.

그렇게 되지 않게 스스로 많을 노력을 기울여야 겠죠.

쓰다 보니 일기가 되어버렸네요. 감상을 써야하는데 그냥 일기를 쓰고 있네요. 하소연 같기도 하구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시들을 더 참신한 감상평을 가지고 포스팅하도록 노력할게요.


그럼 오늘의 포스팅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2017/04/07 - [시] - 자화상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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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래도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안타까운 마음이드는 시...



2017/04/06 - [시]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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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우울하고 무기력 할 때 읽으면

힘이되는 시네요.

 

 

2017/04/05 - [시] - 빈 집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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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 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난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읽다 보면,

기형도 시인은 참 어두운 시들을 많이 쓴것 같아요.

밝은 느낌 나는 시가 거의 없더라구요.



2017/04/04 - [시] - 엄마 걱정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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