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들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 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도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쳐박혀 벌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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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왔죠? 나태해져서 블로그를 2주 정도 안했어요. 안하니까 정말 방문자 수가 줄어들긴 하네요.

이 시는 신경림 시인의 신데, 예전에 목계장터라는 시를 올렸었죠?

신경림 시인의 시는 읽을 때마다 느끼는게, 마치 짧은 글을 읽는 것같아요. 시는 시인데 뭔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시 같아요.

모든 시들이 압축적인 언어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겠지만, 신경림 시인의 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일상적인 모습들은 역동적이면서도 잔잔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 한 것 같아요.

라임을 맞추는 것도 너무 좋구요. 시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어떤 동작인지 상상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정말 신통방통해요. 앞으로 신경림 시인의 시를 몇 개 더 올려야 겠어요.


제 목표가 한 포스팅당 500자를 쓰는 거였는데, 감상을 얼만큼이나 써야 500자를 채울 수 있는 건지 정말 까마득 하네요.

언젠가는 정말 시를 읽고 느끼는 점이 많아 져서 500자 이상 쓸 수 있게 되겠죠?


그럼 오늘도 하루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내일은 더 좋은 시와 감상을 포스팅 하도록 할게요.


2017/04/10 - [시] - 봄날 - 주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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